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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문트와 나르치스

Created
2022/11/29 14:28
Author
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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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문트는 출산 중인 산모의 고통에서 쾌락을 발견하고, 새 생명의 탄생과 맞물려 살인을 저지른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은 늘 양극의 조화와 단일성을 다룬다. 육체와 영혼, 감정과 이성,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의 대비를 통해 조화를 이끌어내고, 삶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경건함에 삶을 바친 나르치스와, 예술과 쾌락을 좇는 골드문트 역시 삶의 양극단에 서 있다. 헤르만 헤세는 이 양극단을 대표하는 두 삶을 모두 놀랍도록 아름답게 그려낸다. 나르치스의 삶은 고독하면서도 의미있으며, 골드문트의 삶은 허무하지만 찬란하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스스로의 길을 확신하면서도, 서로의 길을 동경한다.
어렸을 적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골드문트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찼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서로를 사랑하게 된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르치스보다는 골드문트의 삶을 더 낫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이 책을 통해 원주와 나의 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내게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서로의 영혼을 나누던 원주라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애초에 너와 나는 거의 모든 면에서 대비된다. 너는 자유를 추구하지만, 나는 질서와 정돈을 추구한다. 너는 매 순간을 불태우는 폭죽이지만, 나는 어떤 순간을 대비하고 기다리는 바위이다. 영혼과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너와 달리, 나는 육체를 단련하고, 정신을 채찍질한다.
그런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서로를 부러워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동경한다. 너의 화려한 삶을 지켜보고 있으면 내 삶이 무채색이 되고,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너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네가, 나를 만나 비로소 삶에 색채를 얻게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그 때 나는 생각했다. 나의 색깔을 알아보고, 누구보다 잘 말해줄 수 있는 존재는 내가 아니라 너라고. 거울처럼 서로를 반대로 비추고 있는 우리는 함께 있을 때에야 알록달록한 삶을 그려내리라고.
아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관계도 꼭 이러했을 것 같다고 상상해본다.
E.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