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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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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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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6 12:29

죄책감

이번 주에는 아닌 게 아니라 좀 바빴다. 화요일부터 점심 약속에, 맥주를 세 잔씩이나 먹게 된 저녁 약속이 있었고, 수요일에는 팬심에 예약해둔 김봄소리님의 공연이 있었으며, 토요일에는 당연히 데이트 약속이 있고, 일요일 오전에는 오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절대적으로 많은 일정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조금 벅찬 일정이었나보다. 그러다보니 조금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낸 것 같다. 일에 충분히 시간을 쏟으며 집중하지 못했다는 생각과, 지난 회고 내용을 곱씹는 - 즉 나 스스로의 목표와 우선순위에 대해 고민하는 -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든다.
어떻게 보면 전부 나를 위한 시간들일텐데. 왜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걸까?
무엇을 했으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일정으로 보냈을 시간을 일들로 보내고, 나 스스로에 대한 글도 한 편 썼으면 아마 뿌듯했다고 느꼈으리라.
하지만 조금 추상적이지 않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것”, 나 자신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 애써 고민하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니. 마치 엄마 눈치를 보며 공부하는 고3 시절같다. (사실 공부하면서 엄마 눈치를 봐본 적은 없다.) 너무 수동적이지 않나?
그래도 이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죄책감 혹은 긴장감은 적어도 나에게는 항상 좋은 원동력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돌이켜보면 요즘들어 매주 일요일마다 이런 죄책감을 느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요일에 4~5시간 정도를 생산적인 일 - 일을 하거나, 글을 적는 등 - 에 쓰려고 목표하지만, 늘상 일요일만 되면 드러누워 온 몸과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이런 죄책감에 시달리며 사는 것은 도저히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당장 뿌듯함을 포기하기보다는, 다음 주 일요일에는 점심 먹고 어디 카페라도 한 번 나가보자.
E.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