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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Created
2021/02/24 12:31
Author
Samuel Backett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를 기다린다. 시간과 기억이 흐릿해지고, 인물의 구분도 흐릿해진 와중에 그들은 그저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만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고도가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애초에 그렇게 의도되지도 않았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고도에게 부탁한 것 역시 '막연한 탄원' 혹은 '일종의 기도'였다는 것 외에는 알 길이 없다. 목적도 수단도 방법도 흐릿해진 채 그저 습관처럼 고도를 기다릴 뿐이다.
1막과 2막 모두 이렇다 할 사건 없이 고도를 기다리다가 막이 내리는 것을 지켜본 관객들은, 앞으로도 고도가 누군지 알 길이 없을 것이며, 아마도 고도는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아무런 기약도 없이 고도를 기다릴 것이라는 사실 역시.
이 연극에 존재하는 것은 고도의 부재뿐이다. 관객들은 모두 이 부재를 채우기 위해 각자만의 고도를 상상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고도는 종교적 구원이 될 것이고, 삶의 의미가 될 것이고, 행복한 어느 날이 될 것이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다. 삶의 막연한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그 숨막히는 답답함이 참 황망하다.
E.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