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04.16

태그
회고의 회고
Created time
2023/04/16 06:01

회고의 회고

메모어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게 지났고, 벌써 열 번째 회고가 되었다. 나의 회고는 어땠을까?
우선 처음 회고를 시작하며 했던 다짐을 돌아보자.
첫 회고에서는 커리어와 성장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며, 회고에 대한 기대감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더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함께 회고하고 고민하면서 성장에 대한 힌트를 조금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두 번째 회고에서는, 나의 성장을 위해 회고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어내길 바랐다.
나는 무엇을 이루고 싶을까?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그 무엇을 이루기 위해 나는 무엇을 잘 해야 할까? 또 나는 무엇을 타고난 사람일까?
그러면 이 질문들에 나의 회고는 과연 도움이 되었을까?
솔직히 그렇지는 않다. 그 이후의 회고 내용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요약되는 것 같다.
바쁘거나, 아프거나, 일이 잘 안 되어 징징거리다가 마음을 다잡기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일과, 이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정리하기
뚜렷이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업무 고민을 정리하고,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채로 두기
게임(세키로) 이야기ㅋㅋ
물론 효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힘들고 고민이 되는 일을 다시 한 번 꺼내어 생각하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금 힘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 기대했던 것처럼 회고를 통해 성장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일까? 1) 일요일이면 으레 일주일동안 쌓인 피로에 뻗어버려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채로 회고를 마무리지어버린 탓도 있을 것이고, 2) 객관적으로 두 달은 눈에 보일 만큼 성장하기엔 짧은 시간인 탓도 있을 것이고, 3) 내가 성장을 위해 회고하는 법을 몰랐을 수도 있고, 4) 애초에 회고가 본질적인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위 네 가지 요소 중에서, 내가 가장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세 번째, “성장을 위해 회고하는 법”이겠다.
개선한다는 것은 문제를 찾아 해결한다는 것. 회고를 통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잘 제기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항상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팀을 운영하면서도 누군가가 나서서 나에게 문제를 제기해주면, 그제서야 “아! 이건 중요한 문제다. 주변의 모든 상황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왜 여태 몰랐을까?”하며 뒤통수 맞은 표정을 짓고는 한다. 내가 너무 안일한 태도로, 문제 인식에 대한 역치가 높은 채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지만 “문제를 더 잘 인식해보자!”라고 말해봤자, 스스로가 하루아침에 변할 수 없을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한 번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자. 팀 운영에 대하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들을 리스트업하여, 정기적으로 점검해보면 문제를 더 빠르게 잘 제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상한 꿈을 꿨다. 다시 잠들어버린 탓에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때문에 잠결에 메모를 해두었다.
타고난 재능, 상으로 얻은 붕어빵. 소고기처럼 달고 고소하구나. 인생의 행복이란 무엇일까?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구나.
ㅋㅋㅋ내용이 좀 어이가 없긴 하다. 기억을 조금 더듬어보면,
무언가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인물의 꿈을 꾸고 있었고,
그 재능으로 어떠한 치열한 경쟁에서 우승하여 붕어빵(호떡에 가까웠던 듯하다)을 타냈고,
쫄깃한 빵 안에 들어있던 달콤한 꿀과 고소한 치즈의 탁월한 맛에 탄복하다가, (”소고기처럼 달고 고소하구나” 같은 말투는 꿈의 배경이 약간 무협시대와 비슷했기 때문이다ㅋㅋㅋ)
갑자기 어떠한 깨달음을 얻고,
상쾌한 마음에 보드같은 것을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삶의 의의는 성취가 아니라, 성취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이를 위한 과정에 있다는 깨달음.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놓고는 성취감을 느끼고, 다시금 돌을 올려놓기 위해 산을 내려가는 기쁨에 대한 공감.
어차피 매한가지로 죽음으로 끝날 삶 속에서, 모든 성취는 무의미하지만, 이로써 모든 행위와 과정이 동등해지고 가치있어진다는 깨달음.
…솔직히 붕어빵(?)을 먹으면서 깨달을 내용은 아닌 듯하다.
E.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