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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9

태그
여행
아쉬움
Created time
2023/04/09 11:47

과욕

이번 스프린트의 개발 목표를 너무 과하게 설정한 감이 있어, 개발자분들과 이야기하여 목표를 조금 덜었다. 사실은 한 개발자분이 지난 스프린트에 “우리 아직 속도가 느린 것 같다”고 하시기에, “목표를 더 많이 잡아 빠르게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니 참 어리석다. “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다”면, 속도가 느린 이유를 찾아 개선해야지. 속도가 느린 상태에서 목표만 더 많이 잡는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잖은가?
“왜?”라는 질문을 한 번만 던졌으면 조금 더 합리적으로 판단했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왜 속도가 느릴까?” “왜 이 분은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할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스스로에게 돌을 던지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아쉬운 여행

이번 주는 금요일에 여자친구와 함께 휴가를 맞춰 여행을 가기로 한 계획이 있었고, 덕분에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마음이 반쯤은 떠나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여행이 사실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다. 원래는 벚꽃 여행을 계획했지만 관측 이래로 벚꽃이 가장 빠르게 폈다는 덕에 벚꽃은 이미 다 져 있었고, 또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발동한 강풍 경보에 봄날답지 않게 바깥이 꽤나 추웠다. 심지어 그 덕분에 여자친구가 (유난히 바빴던 일주일간의 과로와 추위가 겹쳐) 몸살을 얻어 외지에서 괜한 고생까지 하고 말았다. 이후의 여행 계획을 취소하게 된 것은 덤이고.
여러모로 아쉬운 게 사실이다. 컨디션이 안 좋은 걸 모르고 괜히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하고, 한동안 꽤 기대했던 시간을 둘이서 잘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유난히도 맑고 청아한 하늘이 우습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 와중에 차에서 잘 자고 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심이 되기도 하고.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원래 데이트는 좀 아쉬움도 남기고 해야, 다음의 데이트가 더 즐겁고 여운이 남더라고 하신다. 그러니 아쉬움이 남더라도, 다음에 만족시켜나가면 되는 것 뿐이라고. 매번 일이나 커리어에 대한 엄격한 소리만 듣다가 이러한 인간적인 분야에 대한 조언을 듣고 나니 감회가 색다르다.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남겨둬야겠지. 여자친구는 다행히 푹 쉬어 컨디션을 되찾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 날씨가 참 좋은 날에,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있을 우리는 이 순간을 회고하며 그것도 추억이었다고 말하겠지.
E.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