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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2

태그
불면증
생활 패턴
Created time
2023/02/12 12:13

회고 시작

오랜만에 다시금 회고를 시작한다.
직접적인 계기는 이렇다. 아웃스탠딩 뉴스레터를 구독하여 매일 아침 읽고 있는데, 기사에서 메모어라는 회고 커뮤니티를 소개해주었다. 뭐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여했고, 성장하고 있더라는 내용의 기사였던 것 같다.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게 없었던 그 기사를 보고 홀리듯이 커뮤니티 참여를 신청하게 되었다. 이 회고는 메모어 모임을 위한 첫 번째 회고이다.
그럼 왜 나는 다시 회고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나 스스로에게 느끼는 자격지심, 혹은 답답함이다.
대학 시절 큰 고민 없이 과 선배와 공동 창업을 하여 2년, 이후 팀에서 나와 혼자 딥러닝을 공부하다 우연히 마주치게 된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딥러닝 개발자로 1년, 그러다가 우연찮은 계기로 같은 회사에서 PO로서 2년째. 상황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살아왔더니 벌써 스타트업 경력이 5년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히도 종종, 다른 회사에서 딥러닝 개발자든, PM/PO이든, 창업 초기 멤버이든 이런 저런 제안이 들어오곤 한다. 그런데 그런 제안들을 마주하는 나의 마음은 설렘이나 뿌듯함보다는 불안이다.
“이 회사는 왜 나를 원할까? 내가 이 제안을 받으면 합격할 수 있을까? 실제로 나를 보고 실망하지는 않을까? 나의 대체 불가능한 역량은 뭘까? 내 커리어… 괜찮은 거 맞나?”
부족한 줄 알면 공부하고, 연습하여 발전하면 된다. 하지만 내가 맡고 있는 PO라는 직책이 그러하듯 정답이랄 게 없다. 또 내가 평생을 지내온 스타트업이라는 상황이 그러하듯 나를 가르쳐주거나 다그쳐줄 사람 또한 없다. 그렇게 혼자서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열심히 달려오다보니 새삼스레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대체 목적지가 어디인가, 내가 지금 맞게 가고 있는 건가 하고.
이 상황에서 메모어라는 커뮤니티가 나에겐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이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함께 회고하고 고민하면서 성장에 대한 힌트를 조금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내가 회고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 겸사겸사 글을 써야 하는 강제적인 이유를 하나 만들고 싶은 것도 있었다.

생활 패턴 바로잡기

이번 주에 또 큰 결심 하나 했다.
나한테는 만성적인 불면 증세가 있다. 심한 수준까지는 아니고 한 분기에 일이 주 정도, 혹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의 빈도로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증세이다. 자려고 누워놓고는 세네 시간 정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처음에는 “아… 내일 좀 피곤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한두 시간이 지나면 “이러다가 오늘 아예 못 자는 거 아냐?” 하고 불안해진다. 그 와중에 나의 뇌는 눈치도 없이 쉴새없이 영양가없는 상념들을 찍어내며 필사적으로 졸음을 쫓아내는 듯하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핸드폰을 보면 새벽 대여섯 시가 되어있다. 그 때부터는 오만 가지 생각이 든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지… 하필 내일 오전에 미팅 있는데 왜 또? 자는 법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진짜 불행하다.”
어쨌거나 이런 불면 증세가 이번 주에도 또 찾아왔다. 늦게 잠든 탓에 아주 늦잠을 자버렸고, 그 덕에 큰 자괴감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이런 불면 증세는 반 정도는 자업자득이다. 불규칙한 수면 패턴에, 자기 직전까지 핸드폰이든 컴퓨터이든 화면을 쳐다보면서, 이런 버릇이 수면에 방해가 되는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나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이러다가는 내 삶이 온전치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반복되는 패턴으로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늘상 피곤해하고 하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더는 이렇게 살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생활 패턴을 바로잡기로 했다!
지키고자 하는 패턴은 다음과 같다.
한 시 전에 잘 준비를 하고 눕는다.
자기 전에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침대에 기대 책을 읽는다.
기상 알람은 단 하나만 맞춘다. 반복 알람에 기대어 기상 시간을 늦추지 않는다.
알람을 들으면 바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다.
주중/주말의 수면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게 한다. 즉 비슷한 시간대에 자고,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난다.
수요일 즈음부터 시작해서 지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기상 알람을 하나만 맞추는 게 효과가 뛰어났다! 늦잠을 안 자게 되고, 덕분에 피곤한(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고, 이게 불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원천적으로 방지해주는 듯하다.
이 루틴을 지키기 위해 루빗이라는 앱을 깔아서 해보고 있다. 루틴을 지키는 데 성공하면 당근을 주고, 그 당근으로 귀여운 토끼녀석의 방을 꾸며주는 식으로, 루틴을 만드는 것을 게이미피케이션한 앱이다. 솔직히 이 앱 때문에 루틴을 좀 더 잘 지킬 수 있게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설치한 김에 매번 체크하고 있다. 의외로 뿌듯할지도?
E.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