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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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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12:56
지난 주에는 약속이 많아 죄책감을 느꼈다는 회고를 했는데. 이번 주에는 참 몸도 마음도 다사다난했다.
우선 월요일에는, 일요일에 운동을 과하게 한 탓인지, 살면서 처음 겪는 수준의 허리 통증이 찾아와 출근하다가 포기하고 연차를 낸 후 병원을 다녀왔다. 다행히 주사를 맞고 하루 꼼짝없이 누워 있으니 통증은 나아졌다. 아마 버피테스트를 하는데 너무 많은 갯수(60회)를 최대한 높게 점프하면서 한다고 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 이제 버피테스트는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화요일부터는 감기 기운이 있었다. 처음에는 콧물이 주룩주룩 나더니,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하루종일 정신이 몽롱했다. 그러고는 별 생각 없이 수요일에 여자친구와 함께 남산엘 다녀왔는데… 아니나다를까 수요일부터는 기침까지 나더라. 다행히 열까지 나지는 않았고, 금요일부터는 거의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
또 화요일 밤에, 우연찮은 계기로 예전에 공동창업하고 나 혼자 도망나왔던 스타트업과 관련한 계약 내용이 떠올라, 그 일로 연락을 했다. 나는 모든 상황이 행복하게 돌아가, 예전에 합의했던 나의 권리를 이행할 때가 되었다 싶어서 연락을 했었다. 어쩌면 이 일로 예전에 일그러졌던 관계가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은 누구에게든 종종 짓궂은 장난을 친다. 모든 상황이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더라. 결국은 서로에게 더더욱 불편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럴 때면 으레 찾아오는 죄책감과, 미안함과, 억울함, 서운함, 뭐 이런 저런 감정들로 인해 또 불면증이 도졌다. 최악의 자충수였다.
게다가 수요일 밤에 집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다가, 멀쩡히 주차되어있던 차를 아주 살짝이지만 긁어버렸다. 안 그래도 이중주차가 양 옆에 너무 심하게 되어 있는 바람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감기 기운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져 그랬던 것 같다. 별 거 아닌 일인데, 이런저런 일이 있다보니 스트레스가 폭발해버렸다. 차에서 혼자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도 나에게도 안식처는 있더라. 금요일 밤에는 오랜 친구들을 만나 술 마시며 떠들고, 음악을 들으며 청승을 떨기도 했다. 토요일에는 푹 쉬고, 오후에 여자친구와 함께 집 대청소(?)를 하며 뿌듯해하고, 저녁을 먹으며 음식과 술에 감탄하고, 취기에 신이 나서 떠들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함께 늘어진 채로 예능을 보며 쉬고 있으니 “그래, 힘든 일 좀 있었던 게 뭐 대수인가. 이렇게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데” 싶더라. 참 다행이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주였다.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은데, 당장 오늘은 너무 피곤한 관계로 조금 더 미뤄보기로 한다. 다음 주부터는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길.
E.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