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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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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세키로
Created time
2023/03/26 03:59

애자일: 통제 vs 속도

역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프로세스든, 문화든, 결국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 팀이 달라진다. 우리 팀에 새로 합류해주신 분으로 인해, 그리고 그 분이 제안하는 내용들을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존의 멤버들로 인해, 우리 팀이 점점 더 애자일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느끼는 점은, 애자일이란 건 정말이지 항상 엉망진창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애자일은 속도를 높이기 위해 통제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자일은 속도에 초점을 맞춘다. 목표하는 기능을 최대한 빠르게 출시하여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우선순위이다. 목적함수는 다음과 같다.
목표하는 기능을 최대한 빠르게 배포하고 출시하시오. 단, 사용자가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용성을 갖추시오.
속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개발 리소스가 많이 드는 것은 모두 쳐내야 한다. 재사용 가능한 코드를 작성하는 것도 종종 포기해야 한다. 기획한 내용도 종종 포기해야 한다. 당연히 디자인한 내용도 종종 포기해야 한다.
장점은 분명하다. 빠르다는 것. 최대한 빠르게 고객에게 기능을 제공하고, 그 반응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가끔씩 기대하지 않은 (기획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능이 디자이너/기획자도 모르게 탄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애자일 프로세스의 장점을 진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발된 내용을 고객에게 최대한 빠르게 제공하여 피드백을 받고, 이로부터 다음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
다만 PO의 입장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이러한 통제 불가능함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것이다. 기획하고 디자인한 내용을 타협하면서 어떻게 최소한의 사용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의도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디자이너의 DRI를 보장할 수 있을까?
결국 통제 가능성을 포기하고, 모든 상황에 귀기울이며 매 순간 greedy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애자일인가 싶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싸운다. 디자이너의 목적함수는 사용성이고, 개발자의 목적함수는 효율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PO로서의 나의 목적함수는 이들을 화해시켜 적당한 사용성과 적당한 효율성으로 결론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꼭 싸워야만 할까? 둘 다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목적함수는 없을까? 싸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팀원들의 감정 소모는 어떡하지? 매번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논의가 깊어질 때마다 내 주름도 깊어지는 것 같다

세키로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나의 실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본격적인 보스(겐이치로… 이 XX…)를 처음으로 깰 때는 두세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새로운 보스를 만나도 30분이면 능히 깨낸다. 어렵다고 악명이 높은 보스(대닌자 올빼미)를 1트만에 깨내고는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벙 찌기도 했다.
그래도 매번 보스를 깨고 나면 심장이 뛰고, 손이 떨린다. 그러면서 동공이 확대되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온몸에 도파민이 빠르게 분비되는 게 느껴진다. 빠르고 강력한 성취감. 이래서 게임에 중독된다고 하는 걸까? 열몇 번을 죽어가면서 결국에는 나의 두 손으로 성공해내는 그 감각이 너무 재밌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내 커리어도 이랬으면 좋겠다는 것. 지금 겪고 있는 매너리즘과 실패들을 넘어 한두 번의 성공을 겪고, 이걸 학습삼아 큰 성공을 획득할 수 있다면. 그걸 위해 나의 인생을 건 게임을 하고 있는 거라면. 인생이 조금은 더 설렐지도?
E.O.D.